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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되는 희망
    김준한 신부  작성일 2008.10.30  조회 115     

길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염되는 희망


 


우크라이나의 한 지방, 도로드노 마을의 농부들은 두려워하는 일이 세 가지 있었다. 우선 제일 잘된 농작물도 한 줌의 흙으로 바꿔버리는 정기적인 가뭄과 갑자기 마을을 덮쳐 손에 잡히는 대로 약탈해가는 카자크의 도적떼, 그리고 코스티아 강의 범람이다. 그 중에서도 강의 범람이 가장 무서웠다. 3-4년에 한 번씩 봄이 되면 강물이 범람해 집과 헛간은 물론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마을을 온통 호수로 만들어버렸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그 재해가 근방 평야 중 가장 낮은 지대에 위치한 도로드노 마을에만 꼭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처음 그 마을에 살기 시작한 주민들은 그곳의 토지가 가까운 강의 정기적인 범람으로 다른 지역보다 세 배나 비옥했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더 높은 땅 대신 그곳에 정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거둬들이는 풍성한 수확을 생각하면 홍수 정도는 참고 견딜 만하다고 여겼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의 주민들은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들의 생계는 농업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가내공업(그 지방의 수도인 크라토우에 생산품을 내다 팔았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져 자신들의 선조들보다 홍수에 대해 관대하지 못했다. 게다가 마을과 강 사이에 놓인 약 800미터 거리의 땅이 조금만 더 높았어도(하다못해 1.5미터라도!) 코스티아 강은 결코 도로드노 마을로 범람하지 못할 텐데, 그 점이 가장 아쉬웠다. 물론 마을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상황을 바꾸는 데는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봄이 돌아오면 그들은 제발 올해는 괜찮았으면 하는 기도를 드릴 뿐이었다.


그리고 강이 범람하면 마을의 미카엘 아스티노프 신부는 사람들이 하느님께 충분히 기도하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했다. 선량한 도로드노 사람들은 으레 책임을 느끼며 자신들의 부족한 신앙심을 통감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도해도 다음에는 범람을 피하리라는 희망을 갖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본당신부와 마을사람들은 악순환을 거듭했고 전체적인 상황을 바꿀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강의 범람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나이든 부인이 나타나면서 그 어떤 일이 시작되었다.


아스티노프 본당신부의 사촌누이인 마리아 오스펜카야는 세 자녀를 모두 아기 때 잃고 최근에 남편과도 사별한 의지가지없는 부인이었다. 물론 경제사정도 넉넉하지 못했다. 그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본당신부는 사제관에 와있으라며 친절을 베풀었다. 덕분에 그는 매우 유능하고 열정적인 가정부를 얻었고 아나스타샤 이바네프스카 부인은 반가운 말벗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그 나이든 과부는 어느 날 도로드노 마을의 사제관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처음 마리아 부인의 존재는 마을사람들의 주의를 전혀 끌지 못했다. 잔잔한 웃음과 온몸에 고상한 분위기를 풍길 뿐 남의 시선을 끌 만한 점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나스타샤 이바네프스카를 도와주면 도로드노 마을과 그 주민들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아냈다. 그렇게 해서 마리아 부인은 봄이 되면 찾아오는 범람의 위협에 관해서 많은 얘기를 듣게 되었고(그녀가 도착한 것은 겨울이 끝날 무렵이었으니까), 게다가 코스티아 강이 지난 2년 동안 범람하지 않아 3년이 되는 올해에는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것까지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해 봄에는 홍수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내년에 거의 틀림없이 그렇게 되리라는 뜻이었다. 마을사람들의 기억에 따르면 코스티아 강이 3년 이상 넘치지 않고 지나간 예는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해 봄, 범람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자 마리아 오스펜카야 부인은 기묘한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시내에 나갈 때마다 얼마 안 되는 과부의 연금에서 거친 천으로 만든 커다란 자루를 많이 사왔다. 그리고 사제관에서 그날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모두 마친 다음, 그녀는 그 자루 몇 개를 들고 근처 모래밭으로 나갔다. 그리고 들고 간 자루에 모래를 가득 채웠다. 하나씩 등에 짊어지고 코스티아 강의 둑까지 먼 거리를 끙끙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높은 언덕이 뚝 끊기고 강물 높이까지 낮아진 지점에 자루 네 개를 강기슭과 평행이 되도록 반듯하고 길게 늘어놓았다.


마을사람들은 마리아 부인을 보며 나이든 부인이 망령이 들어 어린애들처럼 놀이에 열중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부인을 놀려줄 생각으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제방을 쌓고 있답니다.” 하고 부인이 답했다.


“제방이라뇨?” 하고 마을사람 하나가 당황해 되물었다.


“그게 뭔데요?”


“그건 강물이 흘러들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벽이죠. 그래야만 더 이상 범람의 피해를 입지 않을 테니까요.”


그 마을사람들은 제방이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에 모래자루를 길게 늘어놓아 강물을 막는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웃으며 마리아 부인을 말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불신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말했다.


“예전에 남편과 나는 아주 먼 지방으로 신혼여행을 갔었어요. 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끊임없이 홍수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거기서 나는 제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효과적으로 홍수를 막을 수 있는지 보았답니다. 제방이 두텁고 충분히 견고하기만 하다면 말이지요.”


그 새로운 정보는 호기심 많은 마을사람들을 얼마간 안심시켰다. 적어도 마리아 부인이 노인성 치매에 걸린 것 같지는 않았다. 과거에 실제 제방을 직접 보았다는 명확한 언급에 그들도 그녀를 인정했다. 그러나 마리아 부인의 계획을 실천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녀처럼 나이든 여인이 어떻게 둑까지 800미터의 거리를 모래주머니로 1.5미터나 쌓아올릴 수 있단 말인가?


“착한 아주머니, 어떻게 내년 봄까지 제방을 다 쌓겠다는 희망을 감히 가질 수 있습니까? 이번에는 코스티아 강이 틀림없이 범람할 거예요.”


그러나 마리아 부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느님의 도움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그분께 맡기겠어요.”


곧 나머지 마을사람들도 마리아 부인의 거창한 계획에 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그녀를 유쾌한 웃음거리로 삼았다. 나이 먹은 부인이 혼자 손으로 코스티아 강의 범람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은 정말로 웃기는 일처럼 생각되었다.


그 얘기를 들은 아스티노프 신부는 사촌누이를 불러다 놓고 마을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점잖게 타일렀다.


“도대체 누님은 제방을 쌓겠다는 어리석은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신부가 설교를 늘어놓는 동안 눈을 계속 내리깔고 있던 마리아 부인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신부를 향해 되물었다.


“내가 무엇을 이룰 수 있냐고? 나는 도로드노의 마을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신부는 곤혹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희망이요? 희망은 기도를 통해서만 얻어집니다, 누님. 그래서 저는 쉴 새 없이 신자들에게 하느님께 희망을 청하라고 설교하고 있고요. 홍수에서 벗어난다는 희망, 가뭄에서 벗어난다는 희망, 카자크의 도적떼로부터 벗어난다는 희망 말입니다.”마리아 부인은 서글픈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좀 말해주시지요. 홍수도, 가뭄도, 도적떼의 습격도 몇 세대에 걸쳐 그냥 계속되었잖아요. 신부님은 그동안 본당신자들의 기도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부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 그동안 도로드노 주민들이 간구한 바를 얻기에는 그들의 기도가 충분치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한번이라도 들었다면 그 희망의 결과는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신부가 곤혹스러워하자 마리아 부인은 자신의 유리한 입장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나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분은, 말하자면 아주 은밀하게 응답하시죠. 하느님께서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다른 이에게 희망을 전하도록 하시니까요.”


아스티노프 신부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신부는 갑자기 그녀의 신념이 걱정스러워 물었다.


“내 말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곤궁에 빠진 형제들에게 손을 뻗으라고 끊임없이 영감을 주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그 영감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뛰어들면 그 사람들은 희망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가슴에 희망이 움트기 시작하는 과정이지요.”


마리아 부인은 주일강론에서 신부의 희망에 관한 수많은 훈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희망은 강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그녀는 확신했다. 그녀는 자신의 주름진 손으로 신부의 손을 잡으며 열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미카엘 신부님,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 없어요. 다만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뿐이지.”


그 말은 그날의 대화에 종지부를 찍었으나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후 오랫동안 신부의 머릿속에서 계속 메아리쳤다.


한편 마리아 오스펜카야 부인은 마을사람들의 강력한 회의론에도 굴하지 않고 제방을 쌓아나갔다. 매일매일 부인은 열심히 일했다. 마리아 부인의 허약한 등은 모래주머니의 무게에 짓눌려 거의 찌부러질 뻔했으나 개미 같은 참을성으로 용케 버텨냈다. 그리고 모래밭에서 강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누구라도 만나면 마리아 부인은 행복하게 웃거나 인사말을 건네곤 했다.


얼마 후 나이 든 부인에 대한 동정심에서 마을의 개구쟁이들이 다른 할 일이 없을 때는 그녀의 일을 도와주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매일 강으로 운반하는 모래주머니의 수가 자원봉사자들의 수에 따라 두세 배로 늘어남을 의미했다. 아이들의 도움 덕분에 작업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여름이 절반쯤 지나자 모래주머니 더미가 제법 제방의 모습을 띠었다. 그러나 그 제방은 고지 사이의 간격을 메우기에 필요한 길이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쯤 되자 마을의 어른들도 '마리아의 아방궁'(마을사람들은 노부인의 제방을 그렇게 불렀다)을 구경하러 그곳에 찾아왔다. 그리고 종종 반은 장난삼아 아이들의 무리에 합류해 모래밭까지 걸어가 몇 개의 모래주머니를 들고 왔다. 어느 날은 일꾼이 어찌나 많던지 모래밭과 강둑 사이에 행렬을 이룰 정도였다.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깨닫지 못했지만 여름이 끝날 때쯤 제방의 3분의 1가량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마리아 부인을 대하는 마을사람들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어떤 합의된 결정은 없었지만 그들은 마리아 부인을 인색하나마 약간의 존경심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즉, 부인의 계획은 미친 짓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영웅적인 헌신은 뭔가 존경스러운 것이라고 마을사람들은 생각했다. 게다가 이미 완성된 제방의 일부분이 마을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제 마을사람들은 폭 1.2미터, 높이 1.5미터의 모래주머니 벽이 홍수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특별한 벽이 효과적으로 강물을 막으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언젠가는 그것이 완성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언제일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도로드노 마을사람들은 처음으로 가슴속에서 희망의 술렁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만일 마리아 부인의 제방이 겨울이 닥치기 전에 완성된다면 지금까지 느꼈던 홍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느긋하게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닌가? 이렇게 해서 회의론의 물결이 갑자기 신중한 낙관주의로 바뀌어갔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정기적으로 마리아 부인과 자원봉사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9월 중순이 되자 제방의 절반이 완성되었고 진정한 열의의 물결이 마을사람들 전체를 사로잡았다. 제방이 겨울까지 완성되리라는 희망이 갑자기 매우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만약 전 주민이 필사적으로 그 일에 달라붙는다면 말이다.


그렇다! 불가능한 일이 사실이 되었다. 아스티노프 신부의 격려(그도 그때쯤에는 마리아 부인의 계획에 완전히 빠져있었다)에 힘입은 도로드노 주민들은 제방에서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서리가 모래밭의 모래를 얼려 더 이상 퍼내기가 불가능해지기 직전인 10월 말, 모래주머니가 마지막 줄에 놓이고 마침내 제방은 완성되었다!


마을사람들은 그 일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애정을 담아 '마리아'라고 부르는 그 제방이 내년 봄에 홍수의 위험을 과연 버텨낼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었다. 그래서 그해 겨울은 기대 반 불안 반의 긴장 속에서 보냈다.


마침내 봄이 찾아오고 코스티아 강물이 자꾸만 불어났다. 얼마 뒤 강물은 도로드노에 면한 제방 너머의 저지대로 범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방이 보호하는 마을 쪽의 저지대는 계속 마른 채로 남아있었다. 한 방울의 물도 '마리아'를 뚫고 침투해 들어오지 못했다. 봄이 끝날 때가 되자 이제 어떤 홍수에도 안전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들에게 이제 남은 적은 가뭄과 카자크 도적떼뿐이었다.


그 무렵 마리아 오스펜카야 부인은 도로드노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아스티노프 신부에게 나머지 생을 크라토우 클라라 수녀원에서 보내라는 계시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부는 그 문제를 깊이 검토해본 다음 마지못해 동의했다. 출발하는 날 마리아 부인은 동네사람들 모두에게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떠나갔다. 그녀를 향한 아스티노프 신부의 마지막 말은 희망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확신을 반영하고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에게 희망을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고 신부가 말했다.


마리아 부인을 배웅하러 나온 많은 사람들은 부인의 가냘픈 모습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눈물을 흘리면서 지켜봤다. 마리아 부인이 떠나간 다음 날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나중에 도로드노 마을사람들은 그 사건들을 마리아 오스펜카야 부인이 영향을 미친 직접적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첫 번째 사건은 완다 마카로바라는 어린 소녀와 관련이 있었다. 소녀는 제방 밑에서부터 시작해 마을 밀밭을 향해 깊은 도랑을 파고 있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완다는 비밀이라도 털어놓듯이 대답했다.


“나는 마리아 오스펜카야 부인께서 우리의 빈번한 가뭄에 대해 하셨을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 그것이 뭔데?”


그 소녀는 다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사려 깊게 덧붙였다.


“용수로 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몇 년 안에 용수로가 완성될 거예요. 사람들이 이 일을 거들어준다면 좀 더 빨라질지도 모르지만요.”


두 번째 사건은 안톤 로스토프라는 명랑한 목수의 도제와 관련이 있었다. 그는 마을의 광장 한가운데 커다란 건조물의 기초처럼 보이는 것을 설치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하냐고 묻자, 그 역시 마리아 오스펜카야 부인이 잔인한 카자크 도적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취했을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래,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대답했다.


“감시탑입니다. 카자크인들이 이 지역에 연례행사처럼 기습공격을 가해올 시기가 되어도 우리는 더 이상 기습을 당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 감시탑 꼭대기에 올라가 그들이 습격해오는지 지켜보고 있으면 언제든 일제사격으로 그들을 환영할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 놈들도 우리에게는 손을 대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 사건들은 신속히 도로드노 마을사람들의 토론과 숙고의 대상이 되었다. 젊은이 둘이 마을 한가운데서 행한 두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자, 마을사람들은 결국 떼를 지어 사제관으로 몰려가 아스티노프 본당신부의 조언을 구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신부는 그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그 사건에 연루된 젊은이들의 부모에게 자식들을 꾸짖어 바보 같은 계획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하는 대신, 커다란 기쁨의 표시로 양팔을 들어 올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외쳤다.


“하느님, 저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마을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본당신부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요, 신부님?” 하고 그들은 신부에게 따지고 들었다.


“저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하고 신부는 짧게 대답했다.


그제야 마을사람들은 '마리아 부인'이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해냈고 마침내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밝게 웃으며 신부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군요, 신부님. 저들은 지금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닐 기유메트, 「내 발의 등불」,240 ~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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