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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머무름 / 허규 신부
    부산평화방송  작성일 2015.05.01  조회 1371     
[복음생각] 머무름 / 허규 신부
발행일 : 2015-05-03 [제294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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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5,1-8)

“이제 교회는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온 지방에 평화를 누리며 굳건히 세워지고, 주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면서 성령의 격려를 받아 그 수가 늘어났다.” 사도행전이 전해주는 이 내용에서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사도들의 선교 활동이 이스라엘 온 지역에 미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9장까지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면 이후부터 이스라엘 지역 이외의 지역에도 복음이 선포되었다는, 이방인들에게도 본격적으로 구원의 소식이 전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늘 독서에서 소개된 사울, 곧 바오로가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교회가 어떻게 온 세상으로 퍼져가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렇게 사도행전이 교회의 외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면 오늘 들은 제2독서와 복음은 내적인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요한 1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하느님의 계명이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이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여기서 강조가 되는 것은 '머무름'입니다. 누군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또 하느님 역시 계명을 실천하는 이들 안에 머문다는 것이 요한 1서의 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머무름'이란 주제는 요한복음에서도 반복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포도나무에 관한 이야기에서 예수님께서는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포도나무와 가지로 비유되는 예수님과 신앙인과의 관계는 내적인 모습이자 신앙의 원천에 대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머무름과 열매는 신앙의 내, 외적인 면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 안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요한복음과 서간은 머문다는 표현은 많이 사용합니다. 이 관계에 대한 표현은 신앙인의, 신앙 공동체인 교회의 모습을 잘 표현해 줍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개인이나 공동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머물러 있는 것이 모든 활동의, 모든 행동의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열매는 머물러 있는 것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이지 열매만을 맺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신앙인 개개인에게도 필요한 말씀이지만, 공동체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 활동의 모든 힘은 주님 안에 머물러 있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아무리 그 열매가 좋다고 하더라도,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신앙 공동체의 열매는 아닐 것입니다.

한국교회 역시 빠른 성장을 해왔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많은 새로운 신앙인들이 생겨나고 공동체는 더 커져 갑니다. 외적으로 보이는 이런 모습은 좋은 열매입니다. 많은 이들의 수고로 맺은 열매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눈을 내적인 모습에로 돌릴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열매를 통해, 결과를 통해 우리 신앙의 내적인 면을 가늠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항상 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믿음을 통해 주님과 함께 머무는 것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머물러 있지 못한다면 우리의 열매는 그저 인간적인 수고의 결과일 수는 있지만 신앙으로부터 오는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활동하는 만큼 주님과 더 함께 머물도록 애쓰고, 그것을 통해 열매를 맺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보여지는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님 안에 침잠하는 것의 결과로 열매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조금은 더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 우리가 들은 말씀을 통한 가르침이라 생각합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허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출처: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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