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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 무관심 속에 사는 불법 체류자 자녀들
    부산평화방송  작성일 2015.02.24  조회 1302     
[사순기획] 무관심 속에 사는 불법 체류자 자녀들
2015. 02. 15발행 [1302호]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서류상 존재하지 않아… '미등록 체류자' 신분 대물림


사순 시기를 맞아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본다. 첫 번째로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가지만 많은 이들이 존재조차 모르는 미등록 체류자(불법 체류자)의 자녀를 만났다.


레이첼(가명)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2007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태어나 쭉 한국에서만 살았고, 한국어를 쓰지만, 한국인은 아니다. 주민등록번호도 없다.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레이첼은 '불법 체류자'다.


레이첼의 엄마 율리아(44)씨는 2002년 9월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 체류 기간(2년)이 지난 후에도 그는 “돈을 더 벌어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긴 '미등록 체류' 생활이 시작됐다.


페루인 남편은 레이첼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도망갔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을 물려받은 레이첼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건강보험이 없는 율리아씨는 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걸 망설여야 했다.


레이첼은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율리아씨는 일을 하러 가야 했다. 레이첼은 보육비를 지원받을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좋은 어린이집 원장을 만나 적은 돈만 내고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 전까지 7년 동안 어린이집을 다녔다.


율리아씨는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딸과의 이별을 늘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다. 단속에 적발되면 율리아씨는 한국에서 추방되기 때문이다. 레이첼도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지만 UN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라 할지라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 추방당하지 않고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율리아씨는 “추방을 당하더라도 레이첼은 한국에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첼과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요. 제가 추방되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동생(한국인과 결혼)에게 레이첼을 맡길 생각이에요. 한국에서만 살아온 레이첼이 계속 한국에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떠날 때 레이첼에게 남겨주기 위해서
조금이지만 돈을 모으고 있어요.”


레이첼처럼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는 출생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민간 단체들은 2만 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2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출처: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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